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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살아가는 영국 해군 이야기《1》

Eijrhnh 2020. 12. 23. 14:34

물새는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 왕립 해군 (이하 "영국 해군"으로 합니다) 의 근황 이야기입니다.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 글에서 적었듯이 2020년 현재 영국 해군의 주력 수상 전투 함정은 6척의 구축함과 13척의 프리깃함입니다. 이들의 근황부터 살펴봅니다.

 

영국 해군의 HMS 퀸 엘리자베스함과 데어링급 함대 방공 구축함 HMS 디펜더함

 






영국 해군의 수상 전투함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건 타입 23 듀크급 프리깃입니다. (23형 프리깃)

 

듀크급 프리깃 HMS 몬트로즈함

 


이 함은 견인 소나와 대잠 헬기를 활용한 대잠전이 주목적인 프리깃으로, 조용히 엔진을 끄고 견인 소나를 풀어 잠수함을 찾아 낚는 것을 제일의 운용 목적으로 건조된 함정입니다.

그래서 정지 상태에서 빠른 급가속이 가능하고 장기 순항 항행시 연비가 좋은 CODLAG (디젤 일렉트릭 가스 터빈) 이 주기관으로 채택됩니다. (저속/순항용 전동기 급전은 디젤 엔진 발전기 4세트로, 고속 항행시에는 가스 터빈 2기도 추가로 가동하는 방식입니다)

처음 도입 계획은 견인 소나를 운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이즈인 선체 길이 100m 급 함이었지만, 포클랜드 전의 전훈이 반영되어 레이더 반사 면적 (RCS) 감소와 모듈화를 중시해 선체 길이가 107m 로 증가하고, 범용성도 추가하기로 해서 시울프 개함 방공 미사일 GWS 26 (VLS 32셀) 과 헬기 격납고를 우겨 넣어서 133m 크기로 대형화돼 1984년 영국 해군의 첫 발주가 이뤄집니다.

※ 건조를 맡은 데번포트의 프리깃 건조 시설이 건조할 수 있는 최대 함선 길이가 133m 였습니다.

함체는 저렴하지만 무거운 강철제로 "저 RCS" 를 위해 전파 흡수체 도료를 도포해 건조하게 됩니다.

 

듀크급 프리깃 HMS 몬머스함

 



듀크급 프리깃은 초도함인 HMS 노퍽함이 1989년 취역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2년까지 16척이 영국 해군에 취역합니다.

건조 중에 냉전이 끝나버리는 바람에 비싼 견인 소나로 잠수함을 찾을 일이 없겠거니 싶어진 영국 해군은 후기형 6척에는 견인 소나 빼버리기를 시전해 함정 가격을 낮추는데도 성공합니다.

냉전 종료 후 국방비 삭감의 칼끝을 피할 수 없었던 영국 해군은 듀크급 프리깃 3척을 퇴역시켜 칠레에 팔아 버립니다.

 

듀크급 프리깃 HMS 리치먼드함 (유일하게 LIFEX 의 모든 개량 작업이 완료된 함정으로 내년 5월 영국 해군에 재취역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영국 해군에는 현재 13척의 듀크급 프리깃만이 남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돈만이 아니었습니다. 대공/대수상 감시를 담당하는 996 (2) 형 삼차원 레이더가 헛것을 본다던가 목표 위치를 정확히 표시하지 못 하는 등의 기능 장애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운 형편의 영국 해군이지만 예산과 여건이 허락하는대로 997형 삼차원 수색 레이더 (Artisan) 로 장비를 마꿔 달아줘야 했습니다.

 

Artisan 레이더로 교환 장착한 HMS 아이언 듀크함 (뒤) 과 변경하지 못 한 HMS 켄트함

 



듀크급 프리깃은 원래 18년을 운용할 계획으로 건조된 함들입니다.

그런데 후계함의 계획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늦어지다 보니 2020년대까지 운용 기한을 연장하기 위해 수명 연장 개장 공사를 받게 됩니다. (LIFEX 라고 부릅니다)

 

LIFEX 개장 작업을 위해 데번포트의 드라이 도크에 입고되는 듀크급 프리깃

 


LIFEX는 총 예산 6억£ (8,918억)로,

- 선체 검사 및 수리
- Artisan 레이더로 교환 (Artisan 으로 바꿔 달지 못 한 미개장 함정만)
- Sea Ceptop (CAMM) 로 개함 방공 미사일 대체
- 거주성 개선 및 기타 작업 (견인 소나 등의 변경)
- 디젤 발전기 변경 (PGMU (Power Generation Machinery Upgrade))

등이 주된 작업 내용입니다.

 

각 함이 순차적으로 데번포트의 도크에 들어가 18~24개월 동안 개장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나이가 가장 많은 2척은 디젤 발전기를 변경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고, 함령이 많은 5척은 범용 선박으로 대잠전 임무에서 제외돼 신형 2087형 견인 소나는 대잠 임무를 수행하는 8척에만 탑재하게 되었습니다.

 

LIFEX 개장 작업을 받고 있는 데번포트의 듀크급 프리깃함들

 


듀크급 프리깃함들이 막상 LIFEX 수리를 위해 도크에 들어가 보니 선체의 노후화가 생각보다 심해서 구조적 문제로 손봐야 할 곳도 늘고, 개장 작업을 맡은 밥콕사의 숙련공 인력 부족 등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수리 비용은 비용대로 증가하고, 개장 작업은 점점 늘어져 1척당 19 ~ 28개월이 걸리고 있는 형편입니다.
※ 함마다 전부 다릅니다. 작업을 맡은 밥콕사나 영국 해군이나 각 함의 개장 작업이 언제 끝날지 모릅니다.

2020년 12월 현재 7척이 LIFEX 개장 작업을 마쳤고, 4척이 작업 중이고 2척이 작업 대기를 위해 데번포트에 묶여 있습니다.
개장 작업을 마친 7척중 5척은 원래 개장 작업을 받으면서 새로운 디젤 발전기를 장비했어야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1척만 디젤 발전기 변경 작업을 완료했고, LIFEX 작업을 마친 다른 4척은 발전기 변경을 위해 도크가 비는대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후계함인 타입 26 시티급 프리깃 초도함인 HMS 글래스고함은 2027년 정도에 영국 해군에 취역하게 됩니다. 듀크급 프리깃은 2023년 HMS 아가일함을 시작으로 매년 1척씩 퇴역할 계획입니다.
단순 계산으로 HMS 글래스고함이 취역하는 2027년 영국 해군의 프리깃함은 9척이 됩니다.

 

드라이 도크에서 LIFEX 개장 작업 중인 듀크급 프리깃

 



영국 해군은 수상 전투함 전력의 현역 함정수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밥콕의 무능과 영국 해군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불가능해 보입니다. (듀크급들은 취역일 기준으로 현재 19~31살로 선체 상태 자체가 노후화 됐습니다)

※ LIFEX 개장 작업이 예정대로 될지도 의문입니다. 도크에서 수리 받고 나오면 바로 퇴역 해야하는데 굳이 왜...?

※※ 영국 해군은 함정이 개장이나 수리 작업을 받으러 도크로 들어가 제적되면 관련 인원들이 무더기로 제대해 버립니다... 그래서 함정이 예정일보다 일찍 도크에서 나와도 당장 배에 승함할 인원이 없어 사람 모으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영국 수상 전투함의 주력은 6척의 타입 45 데어링급 구축함 (D 급으로도 부릅니다) 입니다.

 

데어링급 구축함 HMS 던컨함

 


데어링급은 SIMPSON S밴드 AESA 레이더 (1045형) 와 Sylver A50 VLS 에 (48셀) 아스터 대공 미사일을 탑재한 만재 배수량 7,350톤급의 함대 방공 구축함입니다. 주기관은 IFEP (Integrated Full-Electric Propulsion, 통합 전체 전기 추진) 방식으로 함의 추진력과 함내 전력 공급을 위해 WR-21 가스터빈 엔진 2기와 바르 칠라 디젤 발전기 2기를 탑재합니다.

데어링급은 원래 12척을 건조해 취역시킬 예정이었지만 예산 삭감과 건조비 상승 등으로 인해 2004년에는 8척으로, 2008년에는 6척으로 변경됩니다.

데어링급이 취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 해군은 이 배가 자주 "정전"이 되는 배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함의 추진 동력까지 모두 전기에 의존하는 배인데 말입니다.
※ 데어링급이 정전 된다는 것은 함정이 추진 동력을 상실하고 함의 전투 시스템과 통신 계통을 비롯한 모든 전자 장비가 꺼져버린다는 의미입니디.

데어링급의 정전 문제는 세계 최초로 IFEP (IEP 로도 부릅니다) 방식을 체택한 것이 원인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배를 고속으로 추진할때 가스 터빈 엔진이 퍼져 버리고 (노드롭사가 납품한 인터쿨러가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입니다), 가스 터빈이 죽어 버리니 디젤 발전기에 갑자기 부하가 가해져 "트립 아웃"이 발생해 함의 추진력이 없어지고, 함내 정전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데어링급 구축함 6자매가 모두 이런 사태를 빈번하게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국 해군의 임시 조치로 정전의 발생 빈도가 줄어 들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함의 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 임시 조치라는게 고속으로 가속 할때는 "반드시" 디젤 발전기를 끄고 (?) 최대 속도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데어링급 구축함 HMS 돈틀리스함

 



6척의 데어링급 모두가 잦은 정전을 겪으며 운용됐고, 결국 영국 해군은 2018년 3월 BAE 시스템즈사와 데어링급 6척의 디젤 발전기를 교환하는 등의 개량 작업 계약을 체결합니다. (1억 6,000만£ 규모)

이 개량 작업은 PIP (Power Improvement Project, 전력 개선 사업) 로 불리며, BAE 시스템즈사는 카멜 라이어드사에게 작업의 하청을 맡깁니다. 주된 작업은 정전의 원흉으로 지목된 바르 칠라사의 디젤 발전기 2개를 선체에서 철거하고, 그대신 3개의 더 강력한 독일 MTU사의 디젤 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겉모습만 멀쩡해 보이는 데어링급 구축함 HMS 드래곤함

 



PIP 개량 작업은 원래 가장 심각한 병세를 보이고 있는 HMS 돈틀리스함부터 작년에 시작될 예정 이었지만 HMS 돈틀리스함의 포츠머스 항에서의 출항이 늦어져 올해 5월에야 PIP 개수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 포츠머스 항에서 HMS 돈틀리스함은 PIP 준비를 포함한 대규모 개장 작업을 받았는데 이 작업이 늦어져서 출항이 늦어졌습니다. 포츠머스에서 HMS 돈틀리스함의 개장 작업은 그 유명한 "밥콕"사가 담당했습니다.


HMS 돈틀리스함의 현역 복귀는 빨라야 2021년 말로, 나머지 데어링급들은 PIP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며, 일부 운용 중인 데어링급 함정들도 현재 여전히 정전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 데어링급의 문제점은 몇가지 더 있습니다.
가령 가스 터빈 엔진은 자체를 갈아 엎는게 가장 나은 해결책이지만 비용과 영국 해군의 여러 사정으로 포기한 상태이고, 데어링급의 수중 방사 소음이 크다는 점 역시 큰 문제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대책도 없고 개선될 기미도 없습니다.





 

종합 병동 같은 포츠머스항 3번 부두의 영국 해군 함정들 (3척의 데어링급과 1척의 듀크급, 2척의 소해함이 입원중인 모습)

 



현재 영국 해군 수상함들의 가장 큰 문제가 인력 부족인데 이 문제 역시 전혀 해결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영국 해군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예산 부족과 과도한 업무량 때문입니다.

냉전 종결 이후, 특히 지난 10여년 동안 영국 해군은 계속 정원을 채우지 못 하고 있습니다.
우선 해군의 임금 인상률을 연 1% 이하로 제한해 실질적으로는 지난 10년간 영국 해군의 급여는 3% 줄어들어 버렸습니다. 그나마 장기 복무를 하는 동기 부여를 해 주던 연금 마저 줄어들어 장기 복무의 메리트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또 인원이 부족하다보니 돌려 막기가 빈번해 1년에 4개월 이상 함상 항행 근무를 하는 인원 비율은 2014년 49%에서 2017년 59%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수 미달로 작전 항행에 나선 승함 근무 요원들은 자신의 주특기만 맡아 하는 경우가 없고, 한명이 4~5 가지 업무를 맡도록 하고 있어 업무량을 과중 시키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영국 해군은 승함 인원을 퀸 엘리자베스급에 우선 배정해 문제를 더 악화 시키고 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급은 선내 자동화를 통해 필요 승조원 수가 690명일 것으로 예정되었지만, 시험 운항 후 730명으로 증가되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물 새면 물 퍼낼 사람이 필요할 테니까요...)

덕분에 2020년 현재 외부에 알려진 것만해도 최소한 2척의 전투함이 태울 사람이 없어 항구에 기약 없이 정박 중입니다. (데어링급 구축함의 네임쉽 HMS 데어링함과 듀크급 프리깃 HMS 포틀랜드함)

 

데번포트에서 개장 작업 중인 듀크급 프리깃들 (사진에 7척의 듀크급과 핵폐기물들이 보입니다)

 



인력 부족으로 2025년까지 소해함 2척의 조기 퇴역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쪽은 퇴역 후 후계함 없이 제적시킵니다)

현재 영국 해군 구성원의 47%가 계약된 복무 기간이 끝나면 더 연장하지 않고 제대하겠다고 답했는데, 영국 해군으로서는 해결 방안을 찾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2020년말 현재 영국 해군의 주력 전투함 19척 (듀크급 프리깃 13척, 데어링급 구축함 6척) 중 10척이 도크나 항만에 들어가 작업을 받는 중이고 정상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함정은 8척 미만입니다.

※ 영국 해군의 원잠 이야기까지 (이쪽도 심각합니다) 하나로 묶으려 했는데 길어져서 갈라치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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