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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살아가는 영국 해군 이야기《2》

Eijrhnh 2020. 12. 24. 11:52

듀크급과 데어링급에 이은 영국 왕립 해군의 (이하 "왕립 해군" 으로 합니다) 잠수함들 이야기입니다.

 

 


영국 해군은 2020년말 현재 4척의 뱅가드급 탄도 미사일 탑재 핵잠수함 (SSBN) 과 3척의 트라팔가급 공격 원자력 잠수함 (SSN), 3척의 아스튜트급 공격 원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뱅가드급 SSBN

 


레졸루션급 SSBN 을 대체해 1993년부터 취역한 뱅가드급 SSBN 은 전략 탄도 미사일 발사관을 장비한 영국 유일의 핵억지력으로 4척이 취역했습니다.

뱅가드급은 150m 길이에 수중 배수량 15,900톤급으로 영국제 핵탄두를 탑재한 16발의 트라이던트 II (트라이던트 D 5) SLBM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을 장비하는 전략 자원으로써 항시 1척 이상이 해상에서 작전 상태에 들어가 있습니다.
※ 현재는 1척당 8발의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장비합니다.
(영국 국방부의 의회 답변을 보면 미사일당 탑재한 핵탄두 숫자는 5개인 것 같습니다 (MIRV : Multiple Independently-targetable Reentry Vehicle, 다탄두 개별 목표 재돌입 탄도탄, 미르브, 머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미사일에 탑재된 핵탄두가 각각 개별적으로 사전 설정되어 있는 목표를 타격합니다))

다른 나라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들처럼 (원자로를 주기관으로 사용하는 잠수함들에게'핵잠수함'이라는 명칭도 병용됩니다) 잠수함이 퇴역할 때까지 핵연료를 교환할 필요가 없는 롤스로이스제 PWR2 코어 H 원자로를 주기관으로 탑재한 1축 추진 잠수함으로, 트라팔가급 공격 원잠부터 영국 해군이 애용한 펌프 제트도 장비하고 있습니다.
※ 초도함인 HMS 뱅가드함은 취역 후 첫번째 점검 주기때 코어 H 원자로를 탑재했습니다,

 

뱅가드급 SSBN 네입쉽 HMS 뱅가드함 (의 옛 모습)

 



그런데 2012년 1월 HMS 뱅가드함의 원자로 연료 피복관에 "미세한" 파손이 발생해 1차 냉각수에서 "낮은" 수준의 방사능이 검출됩니다.
이걸 다른 표현으로는 "핵잠수함 원자로의 방사능이 누출돼 방사능 피폭 사고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 영국 해군의 발표를 보면 "사소한", "작은", "미세한" 사고가 곧잘 벌어집니다.

영국 해군 답게 이 사실은 2014년까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영국 해군은 HMS 뱅가드함의 대규모 정비 시기를 앞당겨 2015년 12월, 3년반 예정으로 도크에 집어 넣어 점검과 "핵연료 교환"을 하게 됩니다. HMS 뱅가드함의 핵연료 교환 비용은 1억 2,000만£ (약 1,793억 6,000만원) 로 예산이 배정되었지만, 이 비용은 도크 입고 후에 2억£ 로 증액되었고 (약 2,989억원), 2019년 중반에 수리를 마치고 재취역 했어야할 HMS 뱅가드함은 2020년 현재도 도크에 입원 중입니다.
※ 연료봉 교환만의 문제가 아니라 원자로 관련 설비를 모조리 뜯어 고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PWR2 코어 H 원자로는 롤스 로이스사 (RR) 가 SSBN 용으로 제작한 대형 원자로로 현재 이 원자로는 영국 해군의 뱅가드급과 아스튜트급 공격 원잠 3척이 주기관으로 장비하고 있습니다. (건조 중인 1척을 포함해 추가로 4척의 아스튜트급이 이 원자로를 탑재하고 취역할 예정입니다)

 

 



롤스 로이스사와 영국 해군은 코어 H 로 변경해 이후로는 잠수함 원자로의 핵연료를 교환할 필요가 없어 수명 주기 운용 비용이 절약된다고 선전했지만 실제로 이 원자로는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HMS 뱅가드함은 이번 두번째 핵연료 교환으로 동함의 원자로에 관련된 지출 비용은 원래 운용 계획의 두배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 정보 자유법에 따라 사고 전인 2011년 3월 공개된 "PWR2 (코어 H) 원자로 설계에 대한 안전성 평가 보고서" 를 읽어보면,
- PWR2 코어 H 원자로의 밀폐식 1차 냉각수 기구는 구조적 결함에 대한 내구성이 낮기 때문에 민간 원자로의 안전 기준과 비교해 냉각수를 상실하는 사고에 취약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덤으로 원자로에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원자로 긴급 정지 후 수면 부상의 방해가 되며, 이런 심도 제어 능력의 상실은 잠수함에 복수의 치명적인 사태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뱅가드급의 나머지 3척도 1억 5,000만 £ 의 비용을 들여 원자로 관련 비상 조치 작업을 받았습니다.
(덕트 테이프 감았을지도 모릅니다...)





 

올해 4월 취역한 아스튜드급 4번함 HMS 오데이셔스함

 




모르셔도 되는 영국 해군의 "사소한" 고민 거리를 하나 더 소개하고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영국 해군은 1980년 퇴역한 HMS 드레드노트함 이후 20척의 퇴역 핵잠수함들을 한척도 해체 처리를 하지 못 했습니다. (뱅가드급의 후예함으로 2030년 취역 예정으로 건조 중인 잠수함이 11대 HMS 드레드노트함 입니다...)

영국 해군의 퇴역 핵잠수함들은 원자로 해체 작업을 하지 못 한채 로지와 데번포트 두 곳 부두에 계류해 두고 있습니다. 20척중 11척은 원자로의 연료봉 (핵연료) 을 제거했지만, 나머지 9척은 여전히 연료봉을 제공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직접적인 이유는 영국 원자력 당국이 2003년 영국의 연료봉 제거 시설이 현대적 규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 한다고 평가해 2004년부터 원자로의 연료봉 제거가 중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영국 해군은 1980년부터 2017년까지만 해도 20척의 퇴역 핵잠수함 관리비로 5억 £ (7,474억원) 을 지출 했습니다.

데번포트에 있는 연료봉이 들어가 있는 9척의 핵잠수함들은 원자로 관리를 위해 원자로 취급 자격을 갖춘 기관 요원들을 잠수함에 상주시켜야 하고, 이들의 관리비로만 해마다 1,200만 £ (179억원) 의 비용이 추가로 지출 되어야 합니다.

 

데번포트의 3번 부두에 계류중인 영국 해군의 퇴역 핵잠수함들

 



영국 해군의 예상으로는 핵잠수함 1척을 온전히 폐기하려면 척당 9,600만 £ 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합니다.
단순 계산으로 현재 부두에 계류 중인 20척의 퇴역 핵잠수함들을 안전하고 온전하게 폐기하려면 20 억 £ (영국 해군이 잘 쓰는 표현으로 2조 9,800억원을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가 있어야 합니다.

※ 전술 했듯이 영국 해군은 연금도 줄여야 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 데번포트에는 앞으로 3척의 트라팔가급 핵잠수함이 퇴역해 계류될 예정이고, 뱅가드급은 2028 ~ 34 년 사이에 퇴역해 데번포트로 갈 예정입니다. 이 시기가 되면 데번포트에만 "연료봉을 공급 해주며 관리해 줘야 할" 퇴역 핵잠수함이 13척이나 계류되는 상황이라 영국 해군의 현역 핵잠수함 (10척) 보다 많아지게 됩니다.

이 방치 플레이를 보다 못 한 영국 감사원은 퇴역 핵잠수함 20척과 현역에서 물러날 예정인 핵잠수함들이 다 모일때쯤이면 폐기 비용이 75 억 £ (11조 2,603억원) 까지 불어날 것이라고 경고했고, 영국 해군은 2023년부터 예산 내에서 매년 1척씩 퇴역 핵잠수함들의 해체를 할 계획입니다.

※ 퇴역 핵잠수함들의 분해 작업은 데번포트에 새로 건설 중인 시설에서 이루어질 예정으로 이 시설은 영국 해군과 퇴역 핵잠수함들의 안전하고 완전한 해체 처리를 장담한 "숙련공이 부족한 밥콕사"가 수주해 진행 중입니다.

※※ 미국은 1980년대부터 130척의 핵잠수함을 성공적으로 폐기 처리했고, 러시아도 구소련 붕괴후 서방측의 도움을 받아 1990년대 이후 190척의 핵잠수함을 폐기 처리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매 정권마다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핵잠수함 폐기를 다음 정권으로 미루다 보니 핵폐기물들이 쌓여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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