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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을 살아가는 영국 해군 이야기《번외편》

Eijrhnh 2020. 12. 25. 08:36

영국 해군이 마지막으로 운용했던 재래식 공격 잠수함 업홀더급의 이야기입니다.

1980년대 영국 해군은 오베론급 재래식 공격 잠수함 (SS) 을 대체할 신형 공격 잠수함 도입 계획을 세웁니다.

 

영국 해군의 업홀더급 공격 잠수함

 


수중 배수량 2,400톤, 수중에서 대함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21인치 어뢰 발사관 6문을 장비한 1축 재래식 신형 공격 잠수함은 업홀더급으로 명명됩니다.

처음에는 12척을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이 축소돼 세번의 발주를 순차적으로 진행해 9척을 전력화하기로 합니다.

1990년 ~ 93년도에 첫번째와 두번째 발주분인 업홀더급 공격 잠수함 4척이 건조되어 영국 해군에 취역하게 됩니다.

그런데 1992년 영국 국방부는 구소련 해체와 냉전 종식에 따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해군은 원자력 잠수함만으로 단일화해 운용하도록 결정합니다.

이에 따라 1994년 취역한지 얼마 안 된 업홀더급 잠수함들은 영국 해군에서 퇴역 처분 당하고, 세번째 발주분인 5척의 추가 발주는 취소됩니다.

영국 해군은 뜻하지 않게 조기 퇴역시킨 업홀더급을 판매하려 했습니다.

 

파키스탄, 캐나다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무산된 채 시간만 흘러갔고, 겨우겨우 1998년 7월 캐나다가 4척 모두를 8년간 "임대" 해가는 계약이 성립됩니다.
※ 중고 잠수함 구입에 대한 캐나다 내부 여론이 안 좋아서 "임대" 라는 꼼수를 부린 겁니다.

계약 내용은 잠수함 4척의 8년간 무이자 임대비 4억 2,700만 $, 함의 전투 시스템 등을 캐나다군 사양으로 개량하는 작업비 9,800만 $ 로, 영국 해군이 사용하고 있던 잠수함의 대함 미사일 발사 능력과 기뢰 운용 능력은 제거 됩니다. 임대 기간이 끝나면 각 함정을 1 £ 에 구입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 됐습니다. 관련 비용을 포함한 총 패키지 계약 금액은 7억 5,000만 $ 였습니다.

캐나다는 업홀더급을 빅토리아급으로 명명하고 잠수함을 정비해 2000년도부터 오베론급을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잠수함을 인수하려고 보니...

영국 해군이 업홀더급 잠수함들을 오랫동안 항구에 방치해 두고 신경 쓰지 않은 탓에 4척 배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4척 모두에서 함내 배관의 부식, 용접 불량인 곳들이 발견되었고, 캐나다는 잠수함을 인도 받기도 전에 영국에서 생각지도 않은 잠수함 보수 공사를 하게 됩니다.

2000년 5월 캐나다 해군에 취역할 예정이던 1번함 HMCS 빅토리아함 (업홀더급 2번함 HMS 언씬함)이 캐나다 해군에 인도된 것은 반년 정도 늦은 10월 6일로, 같은 달 9일 캐나다를 향해 출항해 대서양을 횡단하는 항해를 마치고 23일 캐나다에 도착합니다.

 


1번함 HMCS 빅토리아함은 정규 임무를 시작하기 전 정비를 받기 위해 6개월 예정으로 핼리팩스 조선소에 들어갔는데, 흘수선 아래에 원인 불명의 찌그러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덕분에 찌그러진 잠수함의 수리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 2003년에나 캐나다 해군에 재취역하게 됩니다.

HMCS 빅토리아함은 2005년 정기 유지 보수를 받으면서 함의 발전기를 교체합니다.
그런데 유지 보수 작업을 마치고 잠수함의 새로운 발전기 전원을 켜자 잠수함 전체의 전력 시스템을 날려 버립니다...

 

HMCS 빅토리아함

 


결국 다시 드라이 도크에 들어가 수리 작업을 받게 되었고, 2011년 12월에야 해상 시험을 시작해, 2012년에 드디어 재취역합니다. 2017년까지 운용된 후 현재는 다시 유지 보수 공사를 위해 드라이 도크에 들어가 있습니다.
※ HMCS 빅토리아함은 2000년 ~ 2010 년 사이 해상에 있던 기간이 115일입니다.



2번함 HMCS 윈저함은 2002년 4월에 캐나다 해군에 재취역합니다.
바로 첫 시험 항해를 시작했는데 출항 후 얼마 뒤 통신 안테나 불량이 발견돼 곧바로 귀항해 수리를 받게 됩니다.
수리 후 HMCS 윈저함은 정상적으로 운용하다가 2007년 정기 유지 보수 작업을 받게 됩니다.
이 유지 보수 작업은 원래 2년 예정이었지만, 작업 중 내압 선체의 부식이 발견 되고, 선체 용접 불량, 어뢰 발사관 파손, 러더 손상, 잠수함 측면의 음향 타일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나가는 사태 등이 연이어져 5년 동안 수리를 하게 됩니다.

 

HMCS 윈저함


2012년 4월 수리를 마치고 항해에 나서지만, 곧바로 엔진 고장이 발생해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없게 됩니다.

2014년 드라이 도크에 입고해 겨우겨우 엔진 수리를 마치지만 2016년 배터리 결함으로 미국 노퍽항으로 긴급 회항합니다. 현재는 보수 작업을 위해 드라이 도크에 들어가 있습니다.
※ 배터리 결함 문제는 현재 4척 모두의 문제입니다.



3번함 HMCS 코너브룩함은 2003년 6월 캐나다 해군에 재취역합니다.

하지만 취역 직후 함내 "납 농도"의 급상승 문제가 발생해 버립니다. 이 문제는 선체 균형 조정을 위해 삽입되어 있던 납 웨이트가 원인이었습니다.

수리를 마친 HMCS 코너브룩함은 한동안 잘 운용되지만 2011년 밴쿠버섬 앞바다에서 수심 45m 해저면과 충돌 사고를 내 뱃머리에 2m 크기의 구멍이 뚫려 내압 선체가 복구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됩니다.

 

HMCS 코너브룩함

 


캐나다 해군은 결국 HMCS 코너브룩함을 3년의 수리 기간 예정으로 2014년 드라이 도크에 올립니다.

하지만 2020년 12월 현재까지도 수리가 완료되지 않았고, 밸러스트 탱크에서 압축 공기가 새는 증상을 새로 발견했다고 캐나다 해군이 최근 발표 했습니다.



4번함 HMCS 치커티미함은 2004년 10월 4일 영국의 웨슬레인 해군 기지에서 캐나다 핼리팩스를 향해 출항합니다.

 

4번함 HMCS 치커티미함 (영국 해군 HMS 업홀더함)

 


이튿날인 10월 5일, 아일랜드 마요 카운티 북서쪽 100마일 해상에서 HMCS 치커티미함에 화재가 발생합니다.
이날 해상의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 잠수함 세일 (사령탑) 윗쪽에 강풍에 휩쓸려 온 바닷물이 고이게 됩니다. 원래 세일 윗쪽에는 이런 경우를 대비한 배수 펌프가 있지만 작동하지 않았고, 세일 상부의 해치 2개가 모두 열려 있던 바람에 약 2,000 리터의 바닷물이 잠수함 내부로 흘러 들어옵니다.

잠수함 내부로 넘쳐 들어오는 해수에 잠수함 전력 계통이 단락되면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잠수함의 모든 시스템이 정지됩니다. 캐나다 해군 승조원들은 필사적으로 보조 전원을 복구시키고, 화재 진압을 하려 애썼지만 전력을 복구시키자 선내 다른 곳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함내 상황은 점점 악화되었습니다.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환기 장치를 가동시켜 선내의 연기를 배출해 보려 하지만, 환기 장치를 가동시키자 또 다른 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함정은 거친 북대서양 바다 위를 표류하게 됩니다.

 

HMCS 치커티미함의 화재 사고 후 내부 모습

 


HMCS 치커티미함의 조난 구조 요청 무선을 청취한 아일랜드 해군이 먼저 구조에 나서지만 거친 해상 상황 때문에 포기되고, 오후가 되어어야 영국 해군 함정들이 치커티미함이 표류 중이던 해역에 도착해 구조 작업을 시작합니다. 영국 해군, 영국 해안 경비대, 아일랜드 해군, 미국 해군, 캐나다 해군이 참가한 구조 작업 끝에 잠수함은 다시 영국 웨슬레인 해군 기지로 예인됩니다.
캐나다 해군은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 중고 잠수함을 비싼 값에 바가지 쓰고 사온다는 욕을 먹고 있던 참에 발생한 이 사고는 안전하지도 않은 잠수함을 팔아먹는 영국에 대한 캐나다의 비난 여론을 불러 일으켰고, 영국 국방부 장관이 조의를 표하면서 (이 사고는) 구매자 잘못이고, 구조 비용을 청구할지 검토 중이라는 말을 내뱉어 한동안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화재 사고 후 드라이 도크에서 수리 중인 HMCS 치커티미함

 


자력 항행 능력을 상실해버린 HMCS 치커티미함은 2005년 1월 거중선에 실려 캐나다 드라이 도크로 운반됐고, 캐나다 해군에 취역도 해보지 못한채 9년간 수리를 받게 됩니다.

2015년 9월 HMCS 치커티미함은 길고긴 수리 작업을 마치고 검사에 들어가지만, 검사에서 용접 부위 결함이 발견돼 다시 수리에 들어가 캐나다 해군에 인도되어 재취역한 것은 2016년 12월이었습니다.


HMCS 치커티미함은 조선소에 정박해 있다가 올카급 순찰정에 들이 받혀 수리 받기도 하고, 빅토리아급 공통의 문제인 배터리 결함이 발생해 드라이 도크에 들어가 있던 1번함 HMCS 빅토리아함의 배터리를 꺼내 달아 운용하기도 하는 등 그 이후로도 순탄하지 못한 함생을 보내고 2018년 드라이 도크에 들어갔습니다.


 

드라이 도크에 들어가 있는 빅토리아급 공격 잠수함

 



이 사연 많은 캐나다 해군의 (중고) 빅토리아급 공격 잠수함 4척은 2020년 12월 현재 모두 드라이 도크에 들어가 있어 한척도 항해 가능한 함정이 없습니다.

캐나다 해군은 바다에서 보낸 시간보다 드라이 도크에서 수리하는데 걸린 시간이 더 길었던 빅토리아급 잠수함들의 수리비로만 지난 20 여년간 약 10억 $ 를 지출했습니다.

그런데 15억 $ 의 예산을 들여 4척의 빅토리아급 잠수함에 수명 연장 작업을 해서 2040 년대까지 사용한다고 발표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캐나다 해군의 주력 함정은 12척의 핼리팩스급 프리깃과 4척의 빅토리아급 공격 잠수함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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