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새는 항공모함 이야기

영국 왕립 해군 (이하 "영국 해군"으로 줄여 적겠습니다) 이야기입니다.


아크로열이 1979년 퇴역한 이후 영국 해군은 CTOL 고정익 전술기를 운용하는 항공모함이 없었습니다.
영국 해군은 포클랜드 전쟁 당시 VTOL (수직이착륙) 전술기인 해리어를 탑재한 경항공모함들로 전쟁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전력 투사의 아쉬운 점을 느껴 1980년대부터 제대로된 CTOL 전술기를 운용할 수 있는 항모 도입에 대한 검토에 착수합니다.

그렇게 해서 건조된 항공모함이 퀸 엘리자베스급이고 현재 2척이 취역해 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급도 도입사업 진행과 건조 단계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그 결과 CTOL 전술기가 아닌 VTOL 전술기인 F-35B를 운용하는 항공모함이 되었습니다.

30년만 (취역일 기준으로는 39년)에 영국 해군이 운용하게된 정규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급이지만 많이 꼬여버린 운명탓인지 1번함인 HMS 퀸 엘리자베스함과 2번함인 HMS 프린스 오브 웨일즈함 모두 침수 사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박 중인 영군 해군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 자매함들

 

 

2017년 취역한 1번함 HMS 퀸 엘리자베스함은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총 3차례의 침수 사고가 났습니다. 

첫번째 침수 사고는 취역하자마자인 2017년 12월로 스크류 샤프트에서 시간당 200 리터의 물이 누수돼 침수되었던 사고였고, 2019년 1월에는 항공기 격납고 천장의 스프링 쿨러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가동돼 격납고가 물바다가 되어버린 사소한 두번째 침수 사고가 있었습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작년 7월의 세번째 침수 사고로 HMS 퀸엘리자베스함은 5주간의 해상 운용 훈련을 실시할 예정으로 6월말 모항인 포츠머스항에서 출항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7월초 포츠머스항으로 회항 했는데, 회항 이유가 전방 구획의 해수 고압 파이프가 파열돼 66,000 갤런 (약 250톤) 의 물이 항공모함 안에 흘러넘쳐 함의 방수 구획 2개가 완전 침수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3명의 수병이 익사할뻔한건 덤입니다) 

영국 해군의 표현대로 이 "작은 사고" 후 보수를 마친 HMS 퀸 엘리자베스는 현재 영국 해군 유일의 (...) 항공모함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HMS 프린스 오브 웨일즈함과 기관실 침수 사진

 

 

2번함인 HMS 프린스 오브 웨일즈함은 작년 12월 10일 취역한 신조함입니다.

그런데, 올해 5월 거주 구획의 천장에서 물이 흘러내려 발목까지 잠기는 높이로 물이 차는 "사소한" 침수 사고가 있었습니다. 영국 해군의 표현처럼 작은 사고였고,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올 10월에 부두에 정박해 있던 HMS 프린스 오브 웨일즈함에서 배관이 파열되어 또 함내가 물바다가 되는 침수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심각한건 기관실로 수천 갤런의 해수가 흘러들어가 기관실이 최소 24시간 이상 3피트 높이로 침수됐다는 점입니다.

영국 해군은 사고의 세부 사항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최근 들려오는 영국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HMS 프린스 오브 웨일즈함은 기관부 수리때문에 최소한 6개월 이상 출항할 수 없다고 합니다. (수리 비용 역시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문에 HMS 프린스 오브 웨일즈함은 내년초 출항해 미국 동부 해안에서 수행할 예정이었던 F-35B 운용 적합성 테스트 (영국 해군에서는 웨스트 랜트 21로 부릅니다)가 반년 이상 늦어지게 되었고, 상당 기간 작전 가능한 항공모함은 HMS 퀸 엘리자베스함 뿐이게 됐습니다.

 

 

 

영국 해군 HMS 퀸 엘리자베스함에서 함상 운용 훈련 중인 미 해병 항공대의 F-35B

 

 

냉전 시기 전성기때 영국 해군은 현역으로 4척의 항공모함과 13척의 구축함, 47척의 프리깃함을 운용했습니다.
현재 영국 해군의 현역은 항공모함 1척, 구축함 6척, 프리깃함 13척입니다. 그나마 예산과 신뢰성(...) 문제로 운용중인 구축함은 3척입니다. (참고로 지난 5년간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은 1년에 평균 6척의 구축함이 새로 취역하고 있습니다)



2년이라는 기간 동안에 5번이나 물이 새는 사고를 낸 영국 해군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을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의 설계와 건조를 주도한게 "밥콕"인데 우리나라 경항모 건조에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보내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