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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한 오스트리아 공군의 근황 이야기

Eijrhnh 2020. 12. 16. 13:09

맘 고생이 심한 오스트리아 공군의 최근 근황 이야기입니다.

오스트리아 공군은 1985년 스웨덴 공군이 사용하던 중고 사브 35 드라켄 24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1987년부터 운용을 시작합니다.
이 기체들은 J-35D 형식의 기체로 2문의 30mm 기관포와 2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장착하고 외부 무장 탑재 상태에서 최대속도 마하 1.5, 전투행동반경 430km의 성능을 갖추고 있었고, 오스트리아 공군에서도 별다른 사고 없이 만족스럽게 운용했습니다. (형식명은 드라켄 OE 였습니다)

 

오스트리아 공군의 드라켄 전투기

 


2002년 오스트리아 정부는 노후화 되어 가는 전투기를 새로 마련하기로 했고, 도입 경쟁 기종은 사브의 JAS-39 그리펜과 록히드 마틴의 F-16, 유로파이터 유한회사의 타이푼으로 압축됩니다. 당시 가장 저렴했던 그리펜의 기체 제안 가격은 6,000만$였고, 가장 비싼 유로파이터 타이푼 (이하 "타이푼"으로 합니다) 의 기체 가격은 1억 4,000만$ 정도였습니다. 원래 도입 수량은 드라켄을 1:1로 교체하기 위해 24기로 되어 있었지만, 이해 다뉴브강의 홍수 피해로 인해 구매 수량은 18기로 축소됩니다.

많은 검토를 거쳐 오스트리아 각료 회의에서 재정부 장관 (F-16 지지), 국방부 장관 (그리펜 지지)을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들의 만장일치로 타이푼 도입을 결정합니다.
타이푼의 총 체계 도입 가격은 트랑쉐2 18기, 19억 5,600만€. (유로, 당시 환율로 25억$ 정도입니다) 타이푼의 총 체계 도입 가격은 트랑쉐2 18기, 19억 5,600만€(유로) 로 당시 환율로 25억$ 정도 였습니다.
이 결정 당시 연방 수상은 자유당으로 극우 성향이었습니다.
이 결정은 오스트리아 국내외에 많은 논란을 가져 오게 됩니다.

사실 오스트리아 공군은 공군 재건 초기를 제외하면 일찍부터 스웨덴 사브사의 전술기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운용했던 첫 전투기부터 사브사의 기종이었습니다)
그래서 스웨덴 정부나 사브사에서도 그리펜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었습니다. 
타이푼 선정으로 오스트리아 정부에 깊은 배신감을 갖게 된 스웨덴 사브사는 뒷끝 있는 복수를 시작합니다. 
오스트리아 공군이 운용하던 자사 군용기들의 운용 지원에 대한 보이콧을 시작한 것이죠. 오스트리아 공군은 2004년 드라켄 oe에 독일제 GPS 항법 장치를 추가로 설치합니다. (더 오래 운용하려고 업그레이드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소모성 부품이나 기술 지원을 못 받게 되니 드라켄의 운용에 애를 먹게 되고, 결국 2005년 스위스 공군이 퇴역시키려던 중고 F-5E 12기를 임대해 와 운용하고 드라켄을 모두 스크랩 처리해 버립니다.

 

오스트리아 공군이 스위스로부터 임대해 운용했던 F-5E 전투기

2006년 10월 1일,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타이푼 도입 철회를 공약으로 들고 나온 좌파 야당 (사민당)은 성난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선거에서 승리하고, 의회에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타이푼 도입 결정과 관련해 뇌물들이 오고 갔다는 정황을 찾아내 계약 철회의 사유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오스트리아 정부에서는 타이푼의 구매 계약 취소를 위해 EADS (현 에어버스 그룹) 와 협의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협상 결과 거래 계약을 깰 근거가 빈약하다는 이유로 도입 파기는 없었던 이야기가 되었고, 대신 거래 조건이 변경됩니다. (표면적인 발표이고, 실상은 에어버스측에서 "계약서 내용대로" 위약금으로 10억$를 청구하겠다고 하자 양측이 타협했습니다)

 

타협안은 원래 계약인 타이푼 트랑쉐 2 18기를 195,600에 구입하는 대신, 독일 공군이 사용하던 중고 5기를 포함한 타이푼 트랑쉐 1 형식으로 15기를 구입하되 구매 금액은 159,90019% 깍아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사게된 타이푼은 20077월 초도기가 인도되는 것을 시작으로 20099월까지 오스트리아 공군에 인도되어 젤트베크의 감시 비행 중대에 배치됩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4개국 협력으로 개발된 전술기로 양산해 가면서 단계적으로 기체 능력을 발전시키고 (트랑쉐 1, 2, 3), 기존 양산 기체도 최신형과 같은 개수를 해 동등한 능력을 갖게 한다는 개념 있는 항공기였습니다.

 

문제는 양산해서 배치해 보니 기체의 도입 가격은 계속 오르고, 기대 했던 개량은 각국의 비용 분담 문제로 차일피일 미뤄지며 운용 유지비만 오르게 됐다는 점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개발 당사국들은 각국이 원래 구매하기로 합의했던 구매 기체의 수를 줄이겠다고 협박하거나 구매 일정을 지연시키거나, 자국에 배정된 물량을 타국에 떠넘기는 등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가격은 비싸고, 성능은 경쟁 기종들보다 떨어지니 판매는 점점 안 되고, 안 팔리니 규모의 경제를 만들지 못 해 운용 유지비는 계속 오르니 타이푼을 운용중인 국가들은 모두 후회 중입니다. 

오스트리아 공군의 타이푼 트랑쉐1 블록5A 전투기

그리고 안쓰러운 타이푼 도입국들 중 특히 오스트리아 공군에서 타이푼을 울며겨자 먹기로 운용하고 있는 이야기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오스트리아 공군이 계약했던 것은 원래 트랑쉐2 였습니다. 트랑쉐2는 트랑쉐1의 항전 (항공 전자) 장비와 지상 공격 능력 강화형인데 오스트리아는 도입 수량을 줄여 가격을 깍는 대신 트랑쉐1을 15기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가 도입한 타이푼은 트랑쉐1 블록 5A로 기본적인 공대공 전투와 페이브웨이II 레이저 유도 폭탄, 통상 폭탄만이 운용 가능합니다. 그나마 블록 5A에는 기체 단가를 맞추기 위해 다른 나라 트랑쉐1 블록 5에는 기본 사양인 IRST (적외선 탐색 및 추적 장비 : 캐노피 앞쪽에 둥글게 돌출되어 있습니다)가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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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는 1년 국방비가 33억$ 정도인 나라입니다.
원래 오스트리아 공군의 영공 감시 임무는 젤트베크에 주둔하고 있는 감시 비행 중대의 드라켄과 사브 105가 분담하고 있었습니다.
타이푼이 젤트베크에 배치되어 운용을 시작하자 오스트리아 공군은 운용 유지비에 놀라게 됩니다. 
타이푼의 비행 시간당 운용 유지비가 드라켄의 3배인 15,000$였으니 말이죠... (당시 환율로 비행 시간당 1,500만원 정도입니다)

오스트리아 공군의 타이푼은 옵션이 거의 안들어간 기본 모델로 공중 감시 임무시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IRST-T) 1발을 탑재하고 출격합니다.
타이푼 도입은 오스트리아 국방부와 공군에게 있어 현재 진행형으로 "악몽"입니다.
오스트리아 국방부는 어떻게든 예산 한도 내에서 살림을 꾸려가기 위해 쥐어짜내기를 시전합니다.
그래서 도입 배치된 타이푼은 15기이지만, 어차피 15기 동시에 뜰 일이 없으니 파일럿은 12명만 고용을 유지합니다. 
이마저도 타이푼 운용에 전용할 예산은 연간 1,090시간 비행분만을 예산 배정합니다. 
조종사가 12명이니 한명당 1년에 90시간 정도 비행하는 꼴입니다, 참고로 NATO의 권장 연간 비행시간은 180시간입니다.
단순 계산하면 기체별로 하루에 1기가 3시간 비행할 수 있는 셈인데, 이런식이면 100년 후에도 오스트리아 공군 타이푼은 기체 운용 수명이 남아 있을 거라는 농담이 나오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부실한 장비의 타이푼이니 스크램블 (긴급 요격 출격) 역시 햇빛에 의존할 수 있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엄격하게 제한하는 중입니다.
타이푼과 같이 공중 감시 임무를 맡고 있는 사브 105는 1970년에 도입된 훈련/경공격기로 2008년에 체코의 에어로 L-159로 대체할 예정이었지만, 타이푼 때문에 돈이 없어 현재도 공중 감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타이푼과 함께 공중 감시 임무를 수행중인 오스트리아 공군의 사브 105

작년 기준 공중 감시 임무시 비행시간당 유지비는 타이푼이 30,000€ (약 3,970만원), 사브 105가 3,000€ 입니다. 사브 105도 올해로 50년째 운용 중이고, 알루엣 III 헬리콥터도 교체 비용이 없어 53년째 운용 중입니다.

오스트리아 국방부나 공군은" 타이푼에 불만"이 아주 많습니다. 

심지어 공군에서는 이젠 조직의 존치 여부까지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정권 변경에 따라 타이푼 도입 관련 국회 조사위원회가 세번이나 꾸려졌지만 유야무야 되었고, 우파 정당이 승리한 후 지난달 11일에는 법원에서 뇌물 사건을 기각시켜 버렸습니다. 

이에 대해 오스트리아 국방부 장관은, "타이푼을 없애버릴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다"라고 했습니다.
오스트리아 국방부와 공군에서는 타이푼을 퇴역시키고 중고 전투기라도 사올려고 준비중었으니 말입니다.
정권 변동에 따라 타이푼을 퇴역시킨다느니 에어버스에 소송을 건다느니 하는 이야기들도 수도 없이 반복되었지만, 에어버스와는 결국 배상금 1억$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가 되었고, 우파 정권이 집권한 현재 타이푼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정권의 입장입니다.



오스트리아 공군의 앞날은 암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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