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해군의 일본 호위함 구매 이야기
지난달 일본 정부가 인도네시아에 프리깃함 (이하 "호위함"으로 합니다)의 수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밝혔습니디.
시사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재 호위함 판매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듯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남중국해 등 해양 진출 활성화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고, 안전 보장면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인도네시아에서 일본 정부에 호위함 4척 구입을 희망하며, 기술 이전을 통해 추가로 4척을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구체적인 내용도 보도했습니다. (거래 총액은 3,000 억엔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일본과 인도네시아간 호위함 수출에 대한 물밑 접촉은 올해 9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9월 일본 해상 자위대의 고위 관료들과 미쓰비시 중공업의 경영진들이 인도네시아를 친선 방문했었고, 10월에는 스가 총리의 인도네시아 방문시 일본의 무기 • 기술 이전에 대한 협의가 있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호위함 수출을 계기로 난항을 겪고 있는 방산 수출을 활성화 시키려는 모양새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제안될 호위함은 "30FFM"의 자매함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30FFM은 해상 자위대가 6개 호위대에 배치되어 있는 호위함들을 대체하기 위한 최신예 호위함으로 2번함인 "쿠마노"가 올해 11월 19일 명명식과 진수식을 치르고 본격적인 의장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 함은 해상 자위대의 편제 개편 예정에 맞춰 설계된 새로운 개념의 호위함으로, 수상 전투함으로서의 운용과 (호위함) 소해함이 맡아오던 기뢰 소해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함종기호 FFM에서 FF는 프리깃, M은 기뢰와 다목적의 이니셜을 따 온 것입니다)
30FFM은 기존 호위함들보다 조금 작은 길이 133m, 폭 16.3m, 흘수 4.7m, 기준 배수량 3,900톤급으로 (만재 배수량 5,500톤) 근래 취역한 아키츠키급 호위함이나 아사히급 호위함보다 RCS (레이더 반사면적)가 적은 선체 설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관은 가스터빈 엔진 1기와 디젤 엔진 2기를 병용하는 CADAG 방식 (70,000 마력) 으로 30노트입니다.
30FFM은 해상 자위대의 인력 부족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해군력 증강에 따른 호위함 배치수 확대를 목표로 설계되어 선내 자동화가 많이 이루어져 90명 (최소 80명) 의 승조원이 승함해 운용할 수 있습니다.
함의 승조원들도 기존처럼 함에 전속되는 형태가 아닌 3척의 호위함에 4팀이라는 식의 "크루제" (crew 제도, 미 해군의 골든 팀, 블루 팀과 비슷한 개념입니다)를 도입할 예정으로, 4년 주기로 진행되는 도크 수리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 가동율을 최대한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함의 무장과 특징으로는 신예함답게 해상 초계, 대잠전, 대공전, 대함전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소해전도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주요 탑재 장비는,
- Mk 45 mod4 5인치 단장포
- Mk 41 VLS (16셀)
- Sea RAM Block II
- 17식 함대함 미사일 (4연장 X 2)
- HOS 303 3연장 어뢰 발사관 2문
- SH-60K 초계 헬리콥터 1기 탑재 운용
- 무인 기뢰 제거 시스템
: 자율식 수중 항정용 기뢰 탐지기라고 부르는 수상 무인기 (UAS)와 폭약을 싣고 기뢰원에서 자폭하는 (무인) 자주식 기뢰 처분용 탄약을 함체 후부 구획에서 운용합니다. (투입/회수)
등으로 2022년 2번함 쿠마노의 취역을 시작으로 총 22척이 취역해 해상 자위대 지방대의 아부쿠마급, 하츠유키급, 아사기리급 호위함을 모두 대체하게 됩니다. (해자의 도입 가격은 척당 470억엔 정도입니다)
일본은 원칙적으로 일본 기업들의 방산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무기 삼원칙"을 2014년 방산 수출이 가능하도록 정한 "방위 장비 이전 삼원칙"으로 개정한 이래 많은 나라들과 방산 장비와 기술 이전 협정을 맺어 왔습니다.
호주 해군의 잠수함 수주 시업에서는 경험 미숙으로 탈락했습니다만, 그 후 2016년 필리핀이 일본 해상자위대가 사용하던 TC-90 구입하려고 하자 전향된 자세를 보여줍니다.
※ TC-90은 미국 에어 크래프트사의 터보 프롭 비즈니스기로, 해상 자위대는 개조해 항법 비행과 계기 비행용 훈련기로 사용합니다.
필리핀은 어떤 나라때문에 남중국해에서 운용할 해상 초계기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해상 자위대에 P-1 대잠 초계기가 배치되면서 퇴역하는 P-3C를 구입하고자 했지만, 기체 운용에 돈이 많이 들고 정비 소요도 많은 P-3는 무리라고 판단해 포기하고, 대신 운용비가 저렴한 해상 자위대의 TC-90 훈련기의 "무상 양도"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재정법에 "국유 재산의 무상 공여와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게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에 저촉되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저렴한 가격에 유상 대여라는 형태로 2기를 필리핀에 대여하기로 합의합니다.
이 대여 기체들은 2017년 3월말 필리핀에 도착해 필리핀 해군에서 운용을 시작합니다.
한달여 뒤인 2017년 5월, 일본 정부는 자위대법을 "자위대가 사용하던 중고 장비의 무상 공여는 가능하다"로 개정해 필리핀이 이미 유상 대여해 갔던 2기는 무상 공여로 소유권을 넘겨주고, 추가로 3기의 TC-90을 무상 공여해 줍니다.
그리고 올해 8월 필리핀은 경계 관제 레이더 4세트 구입을 일본 미쓰비시사와 계약해 일본은 대전후 최초의 완성품 방산 수출이라는 성과를 내게 됩니디. (거래 규모는 55억 페소, 약 1억$로 3세트의 고정운영용 J/FPS-3와 이동식 JTPS-P14 기반 개량형 1세트)
만약 인도네시아가 일본 호위함 도입을 계약하게 되면 일본 방산 수출 최대 금액의 거래가 됩니다.
※ 참고로 인도와 프랑스 간에 논의되고 있는 고윈드급 초계함 구입 협상은 일본과 협의중인 30FFM 구입 협상과는 다른 도입 사업입니다. 대체하려는 함정들이 다릅니다.
※ 일본 해상 자위대의 편제 개편
30대강 (방위 계획의 대강)에 따르면, 현재 호위함 부대 4개 호위대군 (8개 호위대) 및 6개 호위대와 소해 부대인 1개 소해대군을 하나의 수상 함정 부대로 통합하게 됩니다.
개편되는 편제는 호위함 부대로 4개군 (8개대)와 호위함•소해 함정 부대로 2개군 (13개대)를 보유하게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편성되는 "호위함 부대"는 기존 호위대군 4개군 (8개대)로 국토 방위와 해상 교통로 보호, 유사시의 대응에 중점을 두고, 30FFM이 중심이 될 "호위함•소해 함정 부대"는 평상시 그레이존 사태에 대응 및 지속적인 정보 수집, 경계 감시 임무를 맡으며 유사시 도서 방위를 담당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48척인 호위함 전력도 54척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2020년 기준)
※ 30FFM 여담
30FFM은 3,900톤급 호위함이나 30FFM으로 불립니다.
함급을 정해줄 1번함의 이름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8년도 예산 배정으로 1, 2 번함이 건조 중이고 원래, 1번함이 먼저 명명식과 진수식을 할 예정이었지만, 가스 터빈 기관 시운전중에 부품이 튕겨져나가 재흡입되는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2번함이 먼저 명명식과 진수식을 마쳤습니다.
2번함 명명식 전에는 DE (아부쿠마급의 대체함), DD (하츠유키급과 아사기리급의 대체함), MSO (소해함의 임무도 대체), PG (운용 목적이 거의 같음) 중 어느 형식의 함명을 따를지 흥미로운 구경거리였습니다.
2번함을 쿠마노로 명명한 것을 보니 결국 호휘함 함명 훈령을 따랐네요.
(전래에 따라 1번함은 요시노를 예상해 봅니다)